도심형 수직 농장

기후위기와 도심 수직 농장

taknews 2025. 7. 15. 22:04

기후위기와 식량 시스템의 붕괴 위험

 

     21세기 들어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전 지구적 식량 시스템을 흔드는 핵심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상이변은 점점 더 빈번하고 강력해지고 있으며, 폭염·가뭄·폭우·한파·이상 기온 등은 농작물 생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다. 실제로 2022년 유럽 전역은 5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극단적인 폭염으로 밀 생산을 급감시켰으며, 한국 또한 2023년 이상저온과 긴 장마로 인해 작황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단지 수확량 감소에만 그치지 않고, 곡물 수출국의 보호무역 강화, 유통망 불안정, 국제 식량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져 전 세계적 식량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재 약 8억 명이 만성적 기아 상태에 놓여 있다고 경고하며, 이는 기후변화와의 상관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특히 도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 내 식량 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도시 외부에서 생산된 식량에 의존하는 구조는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수직 농장(vertical farm)’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심 수직 농장과 식량 위기

 

수직 농장이 기후 리스크를 차단하는 구조적 강점

 

     수직 농장은 실내에서 LED 조명, 수경재배, 온습도 제어, 탄산 공급, 공기 정화 시스템 등을 통해 기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조건에서 작물을 연중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즉 폭우, 가뭄, 혹한, 병충해, 미세먼지, 태풍 등 외부 환경이 아무리 나빠져도 내부 환경은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은 특히 국가 단위에서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카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쌀이나 밀과 같은 전통 작물의 재배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수직 농장을 통해 잎채소류, 허브, 고부가 기능성 작물, 식용꽃, 딸기 등 다양한 작물을 도시 내에서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수직 농장은 농약 사용이 거의 필요 없고, 물 사용량이 기존 농업 대비 90% 이상 줄어들며, 재배 공간을 수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면적당 생산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미국 뉴저지의 수직 농장 기업 ‘에어로팜스’는 전통 농업 대비 390배 높은 생산성을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수직 농장은 기후위기 속에서도 고정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도시형 식량 공장’으로 기능하며, 단기적 식량 위기를 넘어 중장기 식량 체계 안정화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위기 시대의 유통 구조 재편: 로컬푸드와 수직 농장의 결합

 

     기후위기는 단지 생산 측면뿐만 아니라 식량 유통과 물류 시스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홍수로 도로가 유실되거나 폭설로 물류가 중단되면, 아무리 식량을 생산하더라도 도시에 공급되지 못한다. 팬데믹 당시 세계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식량 수출입이 통제되었던 사례는 이런 구조적 위험을 잘 보여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는 전략이 바로 로컬푸드 시스템과의 결합이다. 수직 농장은 도심 내부, 또는 도심 인근에 설치되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의 거리가 극히 짧아, 물류 비용과 탄소 배출량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서울, 뉴욕, 싱가포르 등은 도심 속 지하철 역사, 아파트 지하 주차장, 학교 유휴 공간, 공공 건물 일부를 수직 농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0.5일 내 공급’, ‘당일 수확·당일 배송’ 등의 구조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도시를 목표로 하는 정책 흐름 속에서 수직 농장은 식량뿐 아니라 환경·교통·보건을 동시에 고려한 복합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도심형 수직 농장이 본격 확대되면, 향후 재난이나 기후 재해 상황에서도 도시 단위의 식량 자립이 일정 부분 가능해지며, 대규모 식량 시스템 붕괴에도 대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갖출 수 있다.

 

 

 

 

 

수직 농장을 미래 식량 인프라로 만들기 위한 과제

 

     기후위기와 식량 위기의 교차점에서 수직 농장은 명확한 해법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상업화와 보급률 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우선, 초기 설비비용이 상당히 높고, 에너지 사용량도 많은 편이기 때문에 경제적 타당성 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은 재생에너지와 결합한 수직 농장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태양광, 지열, 폐열을 활용한 에너지 자립형 농장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최적 생육 환경을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팜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생산성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협력하여 컨테이너형 소형 수직 농장, 아파트형 농장, 병원 연계형 스마트팜 등을 개발 중이며, 정부도 도시농업 진흥법 개정 등을 통해 정책적 뒷받침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기적인 정부 지원 체계, 에너지 세제 혜택, 기술 인력 양성 등의 시스템이 부족하다. 앞으로 수직 농장을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가 전략 인프라로 바라보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수직 농장이 단순히 ‘비싼 채소’의 생산지를 넘어서, 지속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미래 식량 시스템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